군산형 일자리 딜레마..."中전기차에 안방 내주나" 우려도

명신서 생산 12만여대 중국 브랜드
보조금 지원에 FTA 관세 혜택까지
업계 "中전기차굴기에 판깔아준꼴"
靑 "아쉽지만 군산 회생 위한 일"

 

박한신 기자  2019-10-24 17:46:08



24일 열린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여당 원내대표 등 정부와 여당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일자리 창출에 애를 먹고 있는 정부·여당의 기대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정작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군산형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결이 다르다. “막을 수야 있겠느냐”면서도 “달갑지는 않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전기자동차 클러스터에서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가 대량 생산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국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사업”이라며 “자칫 군산이 중국 전기차 세계화를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산형 일자리는 옛 GM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이 꾸린 컨소시엄과 에디슨모터스·대창모터스·엠피에스코리아로 구성된 새만금 컨소시엄이 군산공장과 새만금산업단지 일대에서 오는 2022년까지 전기차 17만7,000여대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이들 기업은 2022년까지 4,122억원을 투자하고 신규 인력 1,902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명신 컨소시엄이 생산하는 전기차 12만여대가 중국 브랜드라는 점이다. 명신은 중국 전기차 기업인 퓨처모빌리티와 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연간 5만여대의 전기차를 위탁 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 퓨처모빌리티는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전기차 브랜드 바이튼을 내놓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볼멘소리는 이 지점에서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미래 친환경차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데 중국에 안방(생산기지)까지 내줬다”는 불만이다. 국내 우수 인력이 중국 전기차를 생산하게 되는 것은 물론 입주기업에 주는 취득세·재산세 등의 감면 혜택이 결국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미 한국 정부가 지난 2017년과 2018년 보조금을 지급한 전기버스 243대 중 36%인 88대가 중국산인 상황이다.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중국 정부와 정반대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 오랜 시간 축적돼야 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투자 규모에 따라 급격한 기술력 상승이 가능하다”며 “‘전기차 굴기’를 외치는 중국 브랜드가 한국을 발판 삼아 한국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 혜택이 중국 전기차에 돌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한미 FTA와 한·EU FTA 효과로 현재 한국에서 이 지역들로 수출하는 자동차에는 관세가 없다. 중국 전기차가 한국을 교두보 삼아 전기차 세계화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국내 완성차 업체에 쌓이고 있다. 자동차 분야의 한 연구원은 “껍데기는 ‘메이드 인 코리아’지만 배터리 등 알맹이는 중국 기업이 만든 중국 전기차가 한국에서 세계로 수출될 것”이라며 “후방산업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고 고용창출 규모에 비해 산업적 측면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동차 업계는 이 같은 속내를 대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생산 체제가 이미 세계화된 마당에 중국 브랜드만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GM 군산공장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등으로 지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중점 사업을 반대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에 대해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한국 독자모델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울 수 있지만 군산 지역의 어려운 경제를 회생하기 위한 노력 측면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명신 또한 2023년께 독자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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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군산이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다”

박효목 기자입력 2019-10-25 03:00수정 2019-10-25 03:00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 참석
“세계 전기차 시대 주인공 될 것… 지역 양대노총 양보 노사협력 모범”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전북 군산의 전기차 업체 명신 프레스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군산형 일자리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운뎃줄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심상정,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문 대통령, 송하진 전북도지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군산=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군산형 일자리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북 군산의 전기차 업체 명신 프레스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에 참석해 “군산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력 산업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군산형 일자리는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된 자리에 중견·벤처기업들이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해 2022년까지 4122억 원의 투자와 함께 19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광주, 밀양, 대구, 구미, 횡성에 이어 여섯 번째 지역 상생형 일자리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군산이 제일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GM공장 폐쇄 후 지역경제 침체에 대한 그동안의 걱정을 드러낸 것.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군산형 일자리는 상생형 일자리 중 직접고용 규모가 가장 크고 정규직 채용 비중이 높으며 직무와 성과 중심의 선진형 임금체계가 도입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노사가 5년간 중재위원회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해 노사협력의 모범도 보여주고 있다”며 “지역 양대 노총이 양보를 통한 상생의 역량을 보여준 덕분”이라고도 했다. 주 52시간 보완 대책을 두고 반발하는 노동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협약식에는 최재춘 민노총 군산시지부장, 고진곤 한국노총 군산지부 의장 등 양대 노총 군산시지부 대표가 참석했다.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한 상생형 일자리 모델 협약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을 방문해 기업들을 격려하는 한편 1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등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각종 경제 지표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군산형 일자리로 40대 일자리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단독] 군산에 '상생 일자리' … 옛 GM공장 전기車 단지로

입력2019.10.16 17:17 수정2019.10.17 01:46

 

 

4500억 투자…24일께 협약식

광주·구미와 달리 中企가 주도
일자리 3500개, 年30만대 생산
초과근무 저축 '계좌제' 도입도

한국지엠 군산공장 자동차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광주광역시, 경북 구미에 이어 세 번째 상생형 일자리 지역으로 전북 군산을 낙점했다. 대기업 중심의 광주(현대자동차) 구미(LG화학)와 달리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옛 한국GM 군산공장과 새만금산업단지에 전기자동차 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정부 부처와 국회, 전라북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4일께 ‘상생형 군산 일자리’ 협약식을 열기로 했다. 45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35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전기차 3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군산형 일자리의 주축은 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이다. 대기업인 한국GM의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지역경제가 황폐해진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한국GM 공장 부지를 인수한 명신, 전기버스 생산업체 에디슨모터스, 소형 전기차 제작사 대창모터스, 의료용 전기카트 등을 제조·판매하는 엠피에스코리아와 함께 관련 부품사 10여 곳이 참여한다. 생산 차종은 전기버스,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초소형 전기차 등 다양하다.

 

정부는 자동차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노사 갈등과 고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생협약안도 마련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기본급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며 “성과급 비중이 높은 자동차업계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사협상은 업체별로 하지 않고 지역공동교섭을 통해 한다. 노사 갈등이 발생하면 상생협의회 조정안을 수용하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다. 초과근무 시 노동시간을 저축해뒀다가 필요할 때 한꺼번에 쓸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군산을 전기車 메카로…중견기업·벤처 16곳, 지역경제 살리기 '특명'
광주·구미 이어 세 번째 '상생형 일자리'

정부의 세 번째 상생형 일자리인 ‘군산형 일자리’는 임금을 낮추는 대신 노동자와 회사에 다양한 혜택을 주는 ‘광주형 일자리’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소·벤처기업 위주로 구성된 입주 기업은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과 재정지원을, 근로자는 임대주택 등 복지 혜택을 받는다. 2017년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이어 지난해 한국GM 공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무너질 위기에 있던 지방 거점도시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군산시 예산의 40% 투자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이 군산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했다. 두 회사의 생산은 지역 총생산액(GRDP)의 68%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군산 인구가 5000명 이상 줄었다. 지역 상권도 완전히 무너졌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전라북도는 GM 공장 부지와 인근 새만금경제자유구역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집중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재정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군산이나 창원 등 지방 거점도시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와 군산시가 첫 군산형 일자리 추진 회의를 연 뒤 약 1년 만에 첫 삽을 뜰 정도로 사업은 빠르게 진척됐다. 개별 회사들을 직접 접촉해 중소기업 이전을 도왔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차원의 각종 인센티브를 약속한 덕분이다.
전기버스 생산업체 에디슨모터스 등 네 곳은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에 자리잡는다. 이들 기업 중 한 곳이 오는 12월 착공식을 열 예정이다. 전기차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하는 명신은 한국GM이 떠난 부지에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새 공장을 짓는다. 이 밖에 전기차 부품사 11개가 모여 군산 내 유휴 부지에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전체 공장 부지만 175만2066㎡에 달한다.
정부는 이곳에서 전기 버스와 트럭, 초소형 전기차 등이 내년 4000대, 2025년엔 연 30만 대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최대 전기차 생산 단지다. 군산시는 1년에 5만~6만 대 정도의 물량을 수주하면 약 1000명의 직·간접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금도 적지 않다. 군산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16개 회사의 자체 투자금만 1993억원이다. 산업은행 융자(1420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자금지원(1565억원) 등을 합하면 총 4534억원이 투입된다. 군산시 올해 총예산 1조1000억원의 40% 수준이다.
정부는 취득세 등 세제 지원
정부와 노조, 입주 기업은 추후 노사 분쟁 소지를 줄이기 위해 상생 협약안도 조율하고 있다. 초과근무 시간을 저축해뒀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에 합의했다. 여러 원청과 하청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임단협을 하지 않고 공동 교섭을 통해 적정 임금을 찾을 방침이다. 기업은 공동 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원·하청업체의 수익 공유방안도 마련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노사가 회사 규모에 따라 평균 수준의 임금을 지향한다는 내용에 합의하는 등 선진 임금체계를 갖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금 수준을 낮추는 대신 노동자를 위해 임대주택 등 각종 복지 시설을 지원한다. 거주지와 산단 간에는 셔틀버스를 투입해 노동자의 출퇴근을 돕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1인당 연 수백만원의 현금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 기업에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전북자동차기술원(JIAT)과 군산대를 통해 연구개발(R&D) 분야도 지원한다.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충전소 확충과 보조금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법적 근거가 될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안 통과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법인세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 통과를 위해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24일엔 정부 차원의 협약식도 열린다.


박재원/김우섭/성상훈 기자 wonderful@hankyung.com